약과와 다식, 현대식 변화

전통 디저트 하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설탕과 꿀의 진한 단맛이다. 특히 약과와 다식은 그 이름부터 달콤함과 정갈함을 상징해 왔다. 그런데 정작 이 전통 간식들이 현대인의 식탁에서 멀어지는 이유 역시 그 단맛 때문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과는 반죽에 찹쌀가루와 함께 설탕, 꿀, 조청이 들어가고, 튀긴 뒤 다시 꿀물에 절여내기 때문에 당 함량이 결코 낮지 않다. 콩가루로 만드는 다식 역시 콩 특유의 고소함을 살리기 위해 꿀이나 조청을 넉넉히 섞는다. 한입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이나 당 섭취를 줄이려는 이들에게는 쉽게 권할 수 없는 간식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전통 디저트의 맛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필자가 주변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명절 때마다 어머니가 손수 만드시던 약과의 그 윤기 있는 갈색 빛과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콩가루 다식의 고소함을 잊지 못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개인의 취향 문제를 넘어, 전통 간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설탕과 꿀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타파하고, 다양한 천연 감미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핵심은 전통적인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당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먼저 약과를 살펴보자. 약과 반죽에는 보통 설탕과 꿀을 함께 넣는다. 이때 설탕의 일부를 잘 익은 바나나로 대체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만하다. 바나나는 과육 자체에 단맛과 촉촉함을 지니고 있어 반죽의 당도를 일정 부분 채워 주면서도 수분을 더해 약과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완성된 약과는 설탕 특유의 자극적인 단맛이 줄어들고 은은한 과일 향이 더해져 오히려 풍미가 깊어진다. 튀긴 후 절이는 꿀물에는 조청 대신 배즙을 졸여 만든 농축액을 사용한다. 배에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소화를 돕는 효소가 들어 있어 느끼함을 잡아 주는 효과도 있다.

다식의 경우는 좀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콩가루 다식의 주재료인 콩가루는 볶은 냄새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이 맛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많은 양의 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대추를 불려 곱게 으깬 대추청이나 건포도를 물에 불려 갈아 만든 페이스트를 꿀 대신 사용하면 콩가루 본연의 고소함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추는 단맛이 진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있어 다식의 정갈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반죽을 빚을 때는 꿀 대신 연유처럼 걸쭉한 대추청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하면, 콩가루가 흩어지지 않고 손끝에 달라붙지 않게 예쁘게 빚을 수 있다.

또 하나 기억해 둘 만한 천연 감미료로는 호박고구마가 있다. 호박고구마를 쪄서 곱게 으깬 뒤 콩가루와 섞으면, 고구마 특유의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덕분에 별도의 시럽을 거의 넣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만든 다식은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색깔 역시 연한 노란빛을 띠어 보기에도 좋다.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준다. 결국 설탕을 줄이는 과정이 맛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더 또렷하게 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천연 감미료로 전환하는 시도는 단순히 당 수치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 디저트가 지니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설탕과 꿀의 강한 단맛에 가려져 있던 찹쌀의 고소함, 콩의 구수함, 그리고 대추의 은은한 향이 비로소 제대로 드러난다. 또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고,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크다.

물론 처음에는 천연 감미료만으로 기존의 약과나 다식과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전통 디저트의 가치는 단순한 당의 과잉 섭취에 있지 않다. 정성껏 반죽을 치대고, 모양을 빚고, 기름에 지져내는 그 과정 속에 한국 간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설탕과 꿀 대신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한 재료를 더해 그 정성을 이어 간다면, 약과와 다식은 더 이상 부담스러운 간식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인의 식탁에 잘 어울리는 지속 가능한 전통 디저트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