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함은 단순한 식감을 넘어 하나의 향수로 자리 잡았다. 기성품 과자에서 느끼는 인공적인 바삭함이 아니라, 찹쌀을 반죽하고 말리고 튀겨내는 정성에서 탄생하는 고소한 바삭함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절에만 접하던 한과가 카페의 디저트 메뉴로, 건강을 생각하는 간식으로 다시 주목받는 지금, 전통 한과는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특히 유과와 산자는 그 제조 과정에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어, 가정에서도 충분히 그 식감을 재현할 수 있다.
전통 한과는 크게 부꾸미와 지짐류, 유밀과, 다식, 정과, 엿강정 등으로 나뉜다. 부꾸미는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져낸 화전류를 말하고, 유밀과는 밀가루와 꿀을 반죽해 기름에 튀긴 약과를 대표로 한다. 다식은 곡물가루나 견과류 가루를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해 틀에 박아낸 것으로, 산자와 함께 한과의 양대 축을 이룬다. 이 중에서도 바삭함을 극대화하는 대표적인 한과는 단연 유과와 산자다.
유과는 찹쌀을 쪄서 반죽해 일정한 크기로 자른 뒤 말려서, 튀길 때 부풀어 오르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수분 함량과 온도 조절이다. 유과 반죽을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튀김 과정에서 수증기가 과도하게 발생해 속이 터지거나 형태가 무너진다.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튀김 기름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힘이 약해져 딱딱한 덩어리가 된다. 일반적으로 찹쌀 반죽을 약 3주 이상 자연 건조시키고, 이후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한 번 더 건조해야 한다. 이렇게 말린 유과를 130도에서 140도 사이의 낮은 온도 기름에 넣으면 서서히 속까지 열이 전달되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온도 조절은 유과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기름 온도가 150도를 넘어서면 겉부터 타면서 속은 덜 익어 딱딱한 껍질만 남는다. 반대로 온도가 110도 이하로 낮으면 찹쌀 반죽이 기름을 흡수해 느끼하고 무거운 식감이 된다. 유과의 겉면이 황금빛으로 노릇하게 익고, 속이 빵빵하게 부풀기 시작하는 순간에 튀김 온도를 170도까지 올려 겉면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이중 온도 기법이 널리 쓰인다. 이 과정에서 유과가 기름 표면으로 떠오르면 집게로 살짝 눌러 부풀음이 고르게 퍼지도록 돕는다.
산자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찐 다음, 반죽을 얇게 밀어 작은 사각형으로 자르고 말린 후 기름에 튀긴다. 산자의 특징은 튀길 때 반죽이 부풀면서 자연스럽게 말리는 형태에 있다. 이는 반죽의 수분 함량과 튀김 온도의 상호 작용 덕분이다. 산자 반죽은 유과보다 수분을 조금 더 함유하도록 만들어, 튀기는 동안 겉면이 먼저 익고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반죽이 구부러진다. 이때 기름 온도는 유과보다 약간 높은 160도에서 170도가 적절하다. 온도가 낮으면 반죽이 기름을 머금고 퍼지면서 모양이 펑퍼짐해지고, 온도가 높으면 말리기 전에 겉이 타버린다.
한과 튀김에 사용하는 기름도 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참기름은 고소함은 뛰어나지만 발연점이 낮아 유과처럼 오랜 시간 튀기는 과정에서 산패되기 쉽다. 포도씨유나 해바라기씨유처럼 발연점이 높고 맛이 중성적인 식용유가 전통 한과의 본연의 고소함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 튀긴 후에는 기름을 충분히 빼고, 식힘망 위에서 한동안 두어야 잔열이 빠지면서 바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한과가 눅눅해져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
유과와 산자 외에도 가정에서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한과가 있다.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반죽한 뒤 밤톨만큼 빚어 기름에 지져낸 강정은 유과보다 제조 과정이 짧고, 튀김 온도에 덜 민감하다. 강정 튀김은 반죽 속까지 열이 전달될 수 있도록 낮은 온도에서 시작해 중간 불로 옮겨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잘 말린 유과 반죽은 실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튀겨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과의 바삭함은 단순히 튀김 기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재료를 준비하고 건조하는 전 과정의 총합이다. 찹쌀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햇곡을 사용하고, 반죽의 농도를 조절하며, 건조 기간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태도가 결국 한과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한과가 크고 예쁜 모양에 집중한다면, 가정에서 만드는 한과는 조금 더 소박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과 건강함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특히 유기농 찹쌀이나 국내산 견과류로 만든 고물을 올리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 명절 선물세트로만 접하던 한과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약과와 다식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기름에 튀기는 요리보다는 반죽과 성형의 과정을 즐기는 데 집중해도 좋다. 약과는 밀가루와 꿀, 참기름을 섞은 반죽을 약과 틀에 박아내 낮은 온도의 기름에 천천히 익혀내며, 다식은 깨나 콩, 송홧가루를 꿀로 반죽해 다식틀에 눌러 박기만 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튀김 기술보다 재료의 배합비율과 숙성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름을 다룰 때는 화재 위험에 주의해야 하며, 튀긴 후 남은 기름은 여러 번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과를 만들고 남은 튀김 기름은 산패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식힌 후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또한, 한과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므로 적당량을 섭취하고, 물이나 전통 음료와 함께 곁들이면 느끼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혜나 수정과처럼 차갑게 마시는 음료는 튀긴 한과의 고소함과 잘 어울린다.
계절에 따라 한과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봄에는 진달래 화전과 함께 유과를, 여름에는 수정과에 얼음을 띄우고 산자를 곁들인다. 가을에는 밤을 이용한 다식이 제격이고, 겨울에는 따뜻한 식혜와 함께 약과를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한과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계절의 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디저트다.
결국 전통 한과의 재발견은 단순히 옛 음식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과학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온도 조절과 건조 시간의 원리를 알고 나면, 단순히 먹기 위해 사던 한과가 새롭게 보이게 된다. 가정에서 유과와 산자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그동안 간과했던 전통 디저트의 가치를 체감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바삭함이 입안에서 퍼질 때, 그 소리는 바로 우리 전통 음식이 오랜 시간 쌓아온 지혜의 증거다.